법률사무소를 차린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받은 수임료가 어마어마하다. 공식적으로 16억원. 하지만 고용한 변호사 4명의 급여, 사무실 경비 등을 감안한다면 2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청렴? 속았다! 재벌총수급 고수익 전관예우라니
휴일 빼면 일당 1500만원. 연봉으로 환산하면 40억원 정도. 이는 재벌총수 연봉 순위 15~20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청렴하고 대쪽 같다는 수식어가 붙었던 대법관 출신 안대희 총리후보자. 뚜껑을 열어보니 ‘속았다’는 느낌뿐이다. 재벌총수급 고수입의 ‘돈을 사랑하는 변호사’에 불과하다.
전관예우 의혹은 대법관 퇴임 직후인 2012년에도 있었다. 그가 대법관 6년 임기를 마친 때는 그해 7월 10일. 이후 한달도 안 돼 변협에 변호사 등록과 개업신고를 마쳤다. 사무실 주소는 서대문구 000아파트. 안 후보자의 자택이었다.
논란이 일자 “변호사 등록(개업)은 했지만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변호사 업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호사 업무를 하지 않을 것이면서 굳이 개업신고까지 하고 변협에 정회원으로 등록해 매달 회비까지 내야 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튼 안 후보자 스스로 자초한 의혹이었다.
5건 수임에 20억? 뭔가 있다
엄청난 수입.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난해 5개월 동안 수임한 사건은 고작 5건. 이것으로 16~20억원을 벌어들이기 어렵다. 사건 수임료 말고 뭔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의 또 다른 직책인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 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 회의(2013.11). 위원장석에 앉은 안 후보자 / 출처: 국세청 공식 블로그>
국세청은 지난해 8월 29일 ‘국세행정 쇄신방안’의 일환이라며 세무조사감독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한다. 안 후보자가 법률사무소를 개소한 한 지 한 달 뒤다. 국세청장은 안 후보자를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상한 건 개업 당시 그가 한 말이다. “민사와 조세분야 위주로 활동을 하고 형사 사건 수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제하는 한편 공익적 활동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세 전문변호사 개 업 한달 뒤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에 위촉
“조세분야 위주로 활동하겠다”고 말한 한 달 뒤 국세청이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신설을 발표한 것이다. 법률사무실 개소 당시 이미 세무조사감독위원회가 신설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다.
‘안대희 법률사무소’의 위치는 서울 용산구. 왜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가지 않을 걸까. 사건 수임에 주력할 생각이었다면 법원과 가까운 서초동에 사무실을 열었을 것이다. 애당초 사건 수임보다 다른 쪽에 주력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세무조사감독위원장 활동에 주력하기 위해 서초동으로 갈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의 역할 / 출처: 국세청 공식 블로그>
국세청장 산하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기업들 특히 대기업이 크게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을 다루는 기구다. 연간 세무조사 건수·비율 등을 설정하는 세무조사 운영방향을 검토하고, 정기조사 선정과 비정기조사 선정기준과 방식·절차 등을 다루는 조사선정 심의권까지 행사한다.
세무조사감독위, 대기업 크게 관심 갖는 사안 다루는 기구
위원회는 위원장 포함한 외부인사 11명과 국세청 내부인사 4명 등 15인으로 구성된다. 회계사, 변호사, 교수 뿐 아니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소기업상공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도 포함돼 있다.
16~20억 수입을 올린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최소 3개월 이상 ‘안대희 법률사무소 대표’와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장’ 직함이 중첩된다.
그가 “조세분야 위주로 활동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 3개월 동안 ‘현관예우’ 혜택을 누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고액 수입은 전관·현관 예우 합작으로 만들진 것 아닐까.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 명단 / 출처: 국세청>
초고액 수입은 전 대법관 현 세무감독위원장 영향력 합작품?
소송대리가 아니라 법률자문 등을 해주는 비송무사건 수임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세무조사감독위원장과 현정권 측근 인사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조세관련 비송무사건을 얼마큼 수임했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세무조사감독위 회의 장면. 조세 전문 자처한 변호사가 국세청 힘있는 기구의 장이라니...>
세월호 국면돌파용으로 꺼내 놓은 ‘안대희 카드’가 사상초유일 수도 있는 전관·현관 ‘합작예우’로 삐거덕거리자 당황한 후보자와 여당이 입막음에 나섰다. 안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열어 ‘늘어난 재산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사회 환원’ 발표가 있자마자 새누리당은 안 후보자의 ‘선행 띄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기부 발표는) 본인부터 철저하게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실천”이자 “옥에 티를 스스로 털어내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추켜세웠다.
몇 달 벌면 벌충할 수 있는 돈으로 총리직 사수?
‘정치기부’로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어림도 없을 것이다.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 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조세 전문변호사를 자처했다. 국민들이 이런 황당한 경우에 관용을 베풀 리 만무하다.
‘기부’는 여론 조성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그가 전 대법관과 현 세무조사감독위원장 직을 활용해 5개월 동안 올린 수입만 해도 16~20억원에 이른다. 만일 그가 총리가 된다면 후일 다시 개업할 경우 ‘총리 전관예우’까지 얹어질 터, 맘만 먹는다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몇 개월 벌면 벌충할 수 있는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총리직을 사수하겠다는 건가. 조세전문 변호사를 자처한 사람이 국세청 세무조사감독기구의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니. '복합예우' 혜택을 누린 초유의 법조인으로 기록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