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참모학교 개소식에서 연설하는 이승만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1952년 한국군 총참모장 이종찬 중장이 미 8군 사령관 제임스 밴플리트 대장의 부임 1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앨범이 24일 공개됐다. 앨범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육군대학의 전신인 지휘참모학교 개소식에서 연설하는 사진이 포함됐다. 앨범을 공개한 강해원씨는 "이 사진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 강해원씨 제공 >> 2010. 6. 24. |
이종찬 장군이 밴플리트에 선물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한국군 총참모장 이종찬(1916~1983) 중장이 미8군 사령관 제임스 밴플리트(1892~1992) 대장의 부임 1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앨범이 공개됐다.
평생 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 '참군인'으로 추앙받는 이종찬 장군과 한국군의 정예화를 주도해 '한국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밴플리트 장군 사이의 우정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군사유물로 평가된다.
24일 아마추어 역사학자 강해원(54)씨가 공개한 앨범은 가로 31㎝, 세로 31㎝, 폭 3.5㎝로 겉표지에 태극기와 대장의 표식인 별 네 개, 연도를 뜻하는 1952가 수놓아져 있다.
부대시찰, 작전지휘 등 밴플리트 장군의 활약상과 육군대학의 전신인 지휘참모대학, 육군사관학교 개교식 장면 등 모두 44장의 사진이 수록됐다.
첫 장에 'TO JAMES A VAN FLEET on YOUR FIRST ANNIVERSARY(1주년 맞은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께)'라고 적혀 있어 이 장군이 밴플리트 장군의 부임 1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앨범임을 알 수 있다.
다음 장에는 선명한 붓글씨로 '경애하는 밴·푸리-트 장군. 불멸한 공훈 인류 청사에 길히 빛나리. 단기 4285년 4월14일 대한민국. 그대의 영원한 전우 육군총참모장 육군중장 이종찬'이라고 적혀 있어 두 사람 간의 우정을 짐작케 한다.
강해원씨는 "밴플리트 장군 서거 후 유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골동품 시장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수록된 사진 중 이승만 대통령이 지휘참모대학 개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사진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앨범을 검토한 육군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군 최고위층 사이에서 앨범 제작이 유행했다"며 "제작 형식 등으로 볼 때 이종찬 장군이 밴플리트 장군에게 선물한 진품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수록된 사진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공개된 사진으로 보이며, 이 대통령의 지휘참모대학 개교식 연설 사진 등도 미공개 사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밴플리트 장군은 한국군을 20개 사단으로 늘리고 육사와 육군대학 등 군 교육기관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한국군의 양적·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며 "그의 유품은 한국 군사(軍史)에 있어 큰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이종찬 장군은 1952년 부산 정치파동 때 자신의 재선을 위해 군병력을 동원하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한 일로 총참모장에서 해임됐으나 평생 '참군인'으로 불렸다.
밴플리트 장군은 6.25 전쟁에 미 공군 조종사로 참전한 외아들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자 적진에서 무리한 수색작전을 펴려는 공군 사령관에게 수색 중단을 명령한 일화로 유명하다.
밴플리트 장군의 아들 짐 밴플리트 중위가 전사한 것은 1952년 4월4일로 이종찬 장군이 앨범을 선물하기 열흘 전이었다.
강해원씨는 "이종찬 장군이 선물한 앨범에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뒤로 한 채 부대 지휘에 여념이 없는 밴플리트 장군을 위로하려는 마음도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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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6-24 05: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