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황교안 ‘방탄 전략’, 국민 공분만 키울 뿐

동인(東仁)姜海元 2013. 6. 11. 06:04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해 구속하겠다는 검찰이 완전히 말을 바꿨다. “원 전 원장의 적용 법조나 신병처리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법리를 검토하는 중”이란다.

 

“구속수사”에서 “법리 검토 중”, 말 바꾼 검찰

 

두 주일 전만 해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던 검찰이다. 검찰의 태도변화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난색을 보이며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원 전 원장을 기소할 수 있는 시한은 오는 19일까지. 설령 영장이 당장 발부된다 해도 기소 절차 등을 감안한다면 구속수사 기간은 길어봤자 7일 정도다. 검찰이 구속수사 할 수 있는 시기를 이미 놓친 셈이다.

 

검찰이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수사를 진행한 결과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정했다면 법무부장관 또한 검찰의 판단을 존중해 주는 게 상식이다. 황 장관의 무리한 수사 개입으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던 채동욱 검찰총장 체제가 출범 두 달 만에 침몰 위기를 맞았다. 이대로라면 검찰이 황 장관의 정치적 판단에 굴복했다는 거센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황교안 비난 여론 확산, 청와대 방어에 나서

 

황 장관의 ‘원세훈 편들기’는 박근혜 정권을 부정선거 논란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고 죄질이 엄중하다 하여 구속되는 상황이 온다면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권에 대한 합법성 논란이 일 수 있어 박 대통령에게 난처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한사코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과 구속수사에 반대하는 거다. 검찰을 눌러서라도 원 전 원장을 보호해 박 정권의 정통성에 흠집이 나는 상황을 막아보겠단다. 황 장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돼 이미 청와대까지 방어에 나선 상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번 ‘황 장관의 검찰 누르기와 청와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황 장관의 행동은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판단과 배치된다. 국민의 바람은 검찰이 ‘국정원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해 사건의 전모가 낱낱이 밝혀지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전 국정원장이 아니라 전 대통령도 구속수사 해야 한다. 그가 골수 공안통이다 보니 권력의 주인을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원세훈 구하기’ 직역하면 ‘박근혜 보호하기’

 

황 장관의 ‘원세훈 구하기’를 그대로 직역하자면 ‘박근혜 보호하기’가 된다. 원 전 원장의 죄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서 박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식이다. 매우 잘못된 짓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진정 박근혜 정권을 위하는 행동일까. 그렇지 않다. 당장 ‘원세훈 불구속’ 등 한두 가지 성과는 있겠지만, 넓고 길게 본다면 현정권에게 부담만 더 키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부정선거로 권력을 찬탈한 정권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돼 정권 퇴진 운동으로 비화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원 전 원장 불구속은 곧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불구속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적 비난은 검찰총장 뿐 아니라 법무부장관 퇴진 요구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한동안 말이 많다가 잠잠해진 ‘12.19부정선거’ 논란이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이 '뇌관'을 잘못 건드린다면 2008년 촛불처럼 정권 퇴진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재정신청 가능, 황교안의 전략은 실패로 끝날 것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불구속’이라는 '타협안'도 거론되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원세훈 봐주기’ 논란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황 장관의 ‘누르기’에 밀린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불기소로 가닥을 잡을 경우 재정신청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검찰의 잘못된 불기소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가 재정신청이다.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 10일전 까지 기소 혹은 불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고발인이 재정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오늘(10일)부터 재정신청이 가능하다. 재정신청 절차가 진행될 경우 공소시효가 중단되고 검찰은 추가로 30일 연장해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셈이다. 이 제도 덕분에 황 장관의 시간끌기 식 수사개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최악의 경우는 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신청에 대한 판단은 고등법원 몫이다. 민주당이 '원세훈 선거법 위반' 재정신청 절차를 밟을 경우 검찰은 기소 여부와 관련해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검찰로서는 수모가 아닐 수 없다. 법원이 ‘원세훈 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낼 경우 법무부까지 치욕을 감수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국민의 비난 여론이 폭발해 검찰과 정부가 벼랑 끝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당시 시민단체의 반대가 극심했다.> 

 

판만 더 키우고 화 자초하는 꼴

 

황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운신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법무부장관이다. 이런 사람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작을 진두지휘한 원 전 원장을 감싸고돈다는 건 결국 박 대통령 스스로 ‘국정원 게이트’에 직접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세훈 지키기’는 ‘박 대통령도 국정원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나 마찬가지다.  황 장관 때문에 박 대통령이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법적인 지식과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만 고려했을 뿐 자신의 이 같은 행동이 미칠 정치적 파장까지는 감안하지 못한 건 아닐까. 박 대통령을 위하는 게 아니다. 판만 더 키우며 화를 자초하고 있다.

 

황 장관이 진정 박 대통령을 위한다면 ‘검찰 누르기’를 중단하고 검찰의 판단을 존중하는 편에 서야 한다. 12.19 부정선거 관련 논란은 박 대통령이 풀 문제이지 법무부장관이 나설 일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 충성심이 국민주권과 충돌할 경우 '정치적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출처 : 경제
글쓴이 : 오주르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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