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천안함 프로젝트: 진실에 접근하려는 `다른 생각`을 `틀린 생각`으로 매도하지 마라!

동인(東仁)姜海元 2013. 10. 8. 08:21

 

 

이 영화는 지난 2010년에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국방부의 확정 발표 이후로 갖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문제들을 다시금 되짚어보자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다. 영화가 담은 내용은 국방부의 보고서에서 보이는 의문들을 사건이 일어나던 초기에서부터 구조와 인양 과정,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법정 소송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안에는 천안함 사건을 조사했던 민군합동조사단의 신상철 씨와 해난 구조와 선박 인양 부문의 전문가인 이종인 씨를 인터뷰하며 모은 의견이 있고, 그 밖에도 기자의 견해와 법정에서 벌어진 소송 과정에 오간 이야기들을 재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인양한 천안함의 상태와 국방부에서 내놓은 자료를 근거로 삼아 천안함이 폭발에 의한 침몰이 아니라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있고, 또 다른 의견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잠수함 때문에 일어난 충돌 사고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영화에 들어있는 내용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작정 천안함 사건이 이러이러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을 토대로 해서 가질만한 '다른 의견'을 내어놓는다. 그 내용이란 게 공중파 방송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다뤄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객관적인 내용이다.

 

 

 

너무도 천편일률적으로 신속하게, 이견의 여지를 주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갔던 천안함 사건에 관한 정부의 발표에 충분히 가질만한 의심과 의문을 담은 이 영화가, 마치 실제 사건을 조작이라도 해서 편파적이고 불온한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선전선동물로 취급되는 작금의 현실은 실로 암울하다. 이 영화의 논조라는 건, 천안함이 '이러이러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가능성과 의문에 관한 얘기지, 정부의 발표대로 '북한에 의해 폭침됐다!'는 내용을 밑도 끝도 없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영화는 말미에 천안함 사건에 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내용을 배치한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의 반응도 있고, 생각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에 불신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있고, 거기에 아예 그 사건이 뭐 자기의 삶과 무관하다는 시큰둥한 반응도 있다. 도대체 이 사회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길래 이렇게 물음도 대답도 마음대로 못하는 사회가 된 걸까?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 없는 사회, 궁금증을 가지면 안 되는 사회가 무슨 긍정적인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혼돈을 겪는다고 할지라도, 그 혼돈을 기꺼이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나의 생각이 그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받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의 생각으로 정리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이른바 '천안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장병들이 '북한'에 의해서 죽었으면 명예로운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면 불명예스러운 것인가?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의 기준이 아니라, 그저 국가의 부름에 의해 병역 의무를 하던 장병들이 왜 그렇게 처참한 결과를 떠안아야 하는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물음표를 갖는 것, 그것이 곧 서로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 시작이라고 한다. 두 번 만 생각하면 충분히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관계, 그런 사람들을 체제 바깥이 아니라 국경 바깥으로 내모는 '종북'이라는 낙인을 들이대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가위바위보'이라는 놀이마저 함부로 손을 내밀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서 슬프기만 하다. 내가 주저 없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 '가위'를 내밀 때, 나는 한없이 잘못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되는 게 정말 싫다.

 

 

 

감독: 백승우

 

*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천안함에 타고 있는 국군 장병들의 생사가 오락가락하고 있던 시점에, 아무것도 하지 않던 '그들'의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 누구에 의해 배가 가라앉기 시작했든 간에 그들의 목숨을 지키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출처 : 『BluE, 2월30일生』
글쓴이 : ev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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