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H.W.부시의 삭발

동인(東仁)姜海元 2013. 10. 10. 08:11

넌 혼자가 아냐


건장한 28명의 남성들이
모두 삭발을 하고 해맑게 웃고 있다.

어딘가 우스워 보이기까지 하는 이 사진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진의 가운데 인물에게서 비롯되었다.

그는 올해 여든 아홉 살인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이다.

고령의 전직 대통령이
갑자기 삭발한 모습을 공개하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건강상, 혹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나...' 라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최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곁에서 비호처럼 위험을 막아주던
비밀경호대원 존의 아들 패트릭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작 두 살배기인 아이가
백혈병 때문에 머리를 밀었다는 사실에
가슴아파하던 그는,
자신도 머리를 밀기로 결정했다.

'넌 혼자가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존의 동료들도 여기에 동참한 것이다.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이
한꺼번에 삭발을 감행한 이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딴청이다.

- 김정희 / 새벽편지 가족 -